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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끼다/한 편의 소중함

썩은 건 홍어일까 인간일까 – 드라마 ‘수리남’의 음식 은유 해석

by streetstore_official 202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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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된 ‘수리남’(Narco-Saints)은 공개와 동시에 국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출연한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를 넘어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인간의 선택, 믿음,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장면 중 하나는 바로 "홍어"가 등장하는 식탁입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한국 음식의 등장 그 이상으로, 극 중 인물의 본질과 드라마의 전체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수리남 포스터


넷플릭스 '수리남' – 실화 기반 마약 조직의 세계

수리남 이미지
수리남 황정민 하정우

‘수리남’은 남미의 작은 국가 수리남(Suriname)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실존했던 한국인 마약왕 조봉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강인구(하정우 분)는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 수리남으로 향했다가 뜻하지 않게 거대한 마약 카르텔에 휘말리게 되고, 대한민국 국가정보원(NIS)의 요청으로 위험천만한 작전에 투입됩니다.

강인구가 상대하는 인물은 전요환(황정민 분). 겉으로는 현지 한인사회를 이끄는 목사지만, 실상은 거대한 마약 유통망의 보스입니다.
이 드라마는 종교, 사업, 애국심, 그리고 욕망이 어떻게 교묘하게 엉키는지를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홍어 – 냄새로 말하는 사람의 본성

홍어 원물

이야기의 흐름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은 전요환과 강인구가 홍어 삼합을 함께 먹는 장면입니다.

삭힌 홍어는 특유의 강력한 암모니아 냄새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입니다. 일부에겐 ‘최애’지만, 또 다른 일부에겐 ‘고문’에 가까운 음식이죠. 그런데 왜 하필 이 음식을 수리남이라는 이국적인 배경에서 먹고 있었을까요?

이는 단순한 한국 음식의 향수가 아니라, "썩어야 비로소 제맛이 나는" 홍어의 특징을 인간의 본성과 교차시킨 상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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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건 홍어일까, 인간일까?

홍어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생선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냄새가 진해지고, 결국은 발효가 아닌 부패에 가까운 냄새를 내뿜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한 번 맛을 들이면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성도 있죠.

이 점에서 극 중 전요환이라는 인물의 이중성과 정확히 맞아떨어집니다.
겉으로는 목사로서 선함을 설파하지만, 안으로는 누구보다 썩은 악의 본질을 품고 있습니다. 강인구에게 내미는 홍어 한 점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악의 세계로 들어오라는 권유, 또는 너도 나처럼 썩은 존재가 되라는 메시지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강인구는, 결국 그 홍어를 먹습니다.


생존, 타협, 그리고 먹어야 하는 홍어

하정우

‘수리남’은 시청자에게 은근하게 물어옵니다.
“당신이라면 그 홍어를 거부할 수 있습니까?”
“악을 눈앞에 두고도, 생존을 위해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면요?”

이 질문은 단순히 드라마 속 세계를 넘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마주치는 타협의 순간들로 확장됩니다.
법보다 돈이 빠른 현실, 명분보다 이익이 앞서는 인간관계. 우리 모두, 어쩌면 매일 썩은 냄새의 홍어를 하나씩 먹고 있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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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언제나 사람의 이야기다 

‘길바닥 매거진’은 단순히 음식 맛만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음식을 통해 드러나는 사람의 성격, 문화, 그리고 세계의 구조를 함께 이야기합니다.
'수리남'에서 홍어는 누군가에겐 고향의 맛이지만, 누군가에겐 죄의식과 타협의 맛입니다.
그리고 이 복잡한 감정을 정확히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홍어가 지닌 힘이자, 드라마가 보여주는 날카로운 메타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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